요새 MBTI 열풍이 불고 있다. 타고난 네 가지 선천적인 경향을 조합하여 사람을 16가지로 분류하여 특징을 찾아내는 심리검사이다. 성격을 구분하는 4가지 요소 중 하나는 ‘목표 중심이냐 과정 중심이냐’이다. 선천적으로 태어나기를 체계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구체적인 방법을 정해놓고 자기가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삶의 에너지를 쏟는 사람을 J라고 하고, 이와는 달리 정해진 어떤 틀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과정을 즐기며 유유자적하며 살기 좋아하는 사람을 P라고 한다. 등산을 예로 들면 J는 처음에 정한 목표점까지 쉬지 않고 반드시 올라가야 해서 가는 길에 꽃이 피었는지 새소리가 들리는지 아닌지 대체로 관심이 없다. P는 다르다. 어디까지 가겠다는 목표도 정하기 쉽지 않고, 설령 정했다 해도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면 ‘여기가 좋사오니’라며 목표와 상관없이 거기 머문다. 위기가 닥쳤을 때도 두 유형의 반응은 아주 다른데, J는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자체로 당황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속히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시도하지만, P도 당황하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그리 많이 받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갖고 상황을 관찰하며 은근히 즐기기도 한다. 이게 타고난 거라는 거죠(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훈련되어지는 부분도 많지만). 이런 차이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건데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부딪히기 쉽고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 우리 부부도 처음에는 한 사람은 무엇이든 계획을 세워 그대로 해야 하고, 한 사람은 무계획이 계획인지라 서로 이런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자기주장을 팽팽히 펼치면서 대치 상황이 발생되기도 했다(지금은? 부부는 서로 많이 닮아간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 성경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잠16:9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이 구절은 많은 오해를 받는 말씀 중 하나인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신앙이라는 말씀도 아니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인생을 이끄시니 계획 세우지 말고 살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계획이 불필요하다면 왜 하나님이 우리에게 그런 성향을 주시고, 이성과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주셨겠는가? 이 말씀은 사람이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그 길을 결정하고 확정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의미이다. 성경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말씀이 많은데 특별히 「에스더서」라는 성경은 이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과서이다. 페르시아 크세르크세스 치하에서 일어났던 유대인 말살 계획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네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서 드라마틱하게 기록되어 있다(꼭 읽어보시길!). 믿는 자이건 아니건 사람들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다.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이 개인과 인류 역사 가운데서 계시면서 그 삶을 이끌고 계시다. 여기에 하만 총리와 에스더 왕후의 계획이 대비되고 있다. 한 사람은 자기 계획과 180도 다른 결과를 맞이했고 한 사람은 자기 계획대로 좋은 결과를 맞이한다. 무슨 차이일까?
우리는 어떤 원칙에 따라 계획을 세워야 할까? 첫째는 내가 계획하는 일과 계획이 하나님의 뜻과 맞는지, 하나님 뜻 안에서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 그 계획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인지를 생각하라.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기 위한 계획이 되어야지 나의 숨겨진 욕망을 채우기 위한 계획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말로 하면 무슨 일이든 나의 계획의 목표는 성공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영광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계획을 세워야 어떤 경우에도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뜻을 위해 뜻대로 하실 것이라는 믿음과 하나님 주권에의 순복을 다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기 계획대로 일이 되어가지 않아도 하나님이 최선의 것을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분의 섭리를 믿고, 또 최종적인 관심이 성공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님의 뜻 안에서 세워진 계획이 확실하다면 그 다음에는 실천의 문제가 따른다. 내 계획이 향하는 곳이 하나님의 뜻이 향하는 곳과 같다면,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한 목적이라면, 원칙을 지키면서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은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삶의 자원들을 사용하여 계획하고 창조적으로 실행하면 되는데 이때도 결과는 하나님이 정하실 것이다. 계획을 수행해 가는데 필요한 원칙이 잠언 16장에 나타나는데 ‘공의로움, 겸손, 마음을 다스림, 다른 사람과의 화평’ 이 네 가지이다. 실패하는 계획들을 보면 목적이 오직 자신만을 위한 아주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것이고, 계획의 방향이 잘못되어 있고, 4가지 원칙도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우선순위와 원칙을 지키며 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때 우리의 일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것이 된다.
문제는 우리는 계획한 대로 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내 개인적인 이유로 혹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실패한다. 계획을 세웠지만 ‘하나님이 해주시겠지’라며 안일하고 게으르게 있으면서 그것이 믿음이라 스스로 속인다면 그 계획은 실패할 것이다. 에스더가 금식기도만 하고 왕에게 나가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 일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계획을 알 수도 없고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어가는 위대한 도구도 될 수 없다. 둘째는 계획이 사실은 자기의 성공을 위한 것이면서 말로만 하나님의 영광을 운운하는 경우이다. 이럴 때는 기도를 하면 마음이 편하고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뭔가 찜찜하고 불편하다. 사실은 본인도 무의식적으로 잘못돼 있다는 것을 아는 거다. 이럴 때는 반드시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수정해야 한다. 셋째는 계획을 실행해 가는데 있어서 중간에 마음가짐이 변하는 경우이다. 처음에는 목표도 선하고 순종하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일이 진행되면서, 특히 돈과 관련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조금만 더하면 될 것 같은 욕심도 생기고, 그래서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붙잡고, 그러니 정신없이 바빠지면서 점점 하나님이 불편해지고 그분을 잊고 욕심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어느새 하나님의 뜻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나의 탐욕스러운 뜻이 앉아있는 것이다. 넷째는 그 계획을 실행하는 방법이 공의로워야 하고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늘 겸손하며 자기 마음을 다스리며,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게 일을 진행해야 한다. 이 원칙들이 무시될 때 실패하기 쉽다. 예를 들어서 무엇을 하든 신용이 중요한데 갚아야 할 돈을 떼어먹거나 카드 대금을 갚지 않거나, 그러면서 또 다른 데서 돈을 끌어오는 것을 반복한다면 이는 공의롭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평화를 깨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업하다보면 불가피하다 할 수 있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금전적인 규모로 일을 벌이는 것을 과연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얼마나 대단한 계획이기에 하나님까지 무시해도 되는 걸까? 하나님이 이끄실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도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공의롭고 사랑이신 하나님만 딱 의지하며 신자답게 기도 가운데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하나님이 행하실 일을 기대하며 공의, 겸손, 마음을 다스림, 평화를 장착하고 복된 발걸음을 옮기기를~~. 우리는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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